신상원 작가는 반복적으로 점을 찍어 하얀 종이를 까맣게 채워 나갑니다.
첫 번째 점을 찍는 순간부터 먹은 종이에 천천히 스며들어가므로,
마지막 점을 찍는 순간까지 작가는 잠시도 손을 놓을 수 없다고 하죠.
그렇게 마지막 점까지 찍고 나면,
종이는 어느새 까맣게 물들어 새로운 물성을 얻게됩니다.
작가는 까맣게 물든 세계 위로 더 까맣게 새로운 세계를 덧그리는데,
점을 찍을 때와는 다른 호흡으로 더욱 짙고 과감한 콩테의 선이 종이 위를 가로지르고 있어요.
백색의 종이는 검은색 점의 세계로 바뀌었다가 또다시 가장 짙은 선의 세계로 탈바꿈하는거죠.
신상원 작가는 먹의 색을 뜻하는 ‘玄(검을 현)’은 단순한 검은색이 아니라,
검은빛, 하늘빛, 그윽하다 등 수많은 표현을 함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