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대화의 방식>
자주 등장하는 동물, 앵무새, 그리고 선인장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소극적이고 말보단 행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나는 한글을 좋아하고 동물을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말(대화)에 대한 불안함을 해소해 주는 것은 말하는 앵무새였다. 새이지만 사람의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 자체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를 대신하는 새는 앵무새가 되었고 자주 선인장 위의 앵무새의 모습으로 표현해 내곤 한다.
어린 시절에 방어를 하던 나의 모습에서 선인장의 이미지를 찾았다. 선인장에서는 가시에 대한 의미와 표현이 중요한데, 작품 속 선인장은 모두 실제의 삐죽삐죽한 가시가 아닌 둥글둥글한 부드러운 가시의 형태로 표현한다. 선인장의 상징적인 가시가 찔리면 아플 것 같은 느낌이지만 알고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다가와도 상처받지 않으며 아프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의 둥근 가시 선인장들이 대부분이다.
동물 표현방법
작품들에는 표정이 들어가 있지 않고, 모양은 텍스트로 이루어진 동물의 형태로 표현된다. 선택된 동물의 이미지 위에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텍스트를 조합하고 구성한다. 글자로 만들어진 형상은 일종의 프레임이 주어지고 텍스트를 찾아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글자는 시각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미지와 함께 글자도 빠르게 떠올리는 것처럼 단어는 소리와 이미지, 글자로 이루어지는데 그 공간에서 피어나는 상상력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따스한 색감과 분위기
‘읽을 수 있는 조각’작품은 금속으로 작업하지만 소재의 차가움을 따뜻하게 변형하고자 자연에서 주는 따스함을 색깔로 표현한다. 밑 색인 검정으로 색을 중첩시키며 최소 4번 이상을 쌓아올린다. 병치혼합을 응용하여 색을 섞지 않고 중첩된 색의 물감만으로 짧은 붓 터치를 하였고 이를 모자이크처럼 교자해 병치시켜 멀리서 보면 사람 눈의 잔상 효과에 의해 풍부한 색으로 보인다. 조각이지만 회화적 느낌을 주기 위해 둥근 붓을 사용하며 다양한 크기와 붓 터치로 독특한 질감의 느낌을 주었다. 빨강이나 녹색 계열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개를 활용해 병치혼합의 느낌을 주는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텍스트가 보이는 작품
단어와 이미지가 분리되지 않은 채 이미지가 텍스트 역할을 하고 텍스트가 이미지 역할을 하는 나열된 텍스트로 읽히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보여주고 그 단어를 읽게 하기 위해서 텍스트가 작품의 전체 형태 윤곽을 형상화 하고 있다. 영문이나 한글을 많이 사용하고 최근작으로는 한자의 형태들도 있다. 한자는 이미지화 시켰을 때의 모양 자체가 글자 그대로 읽히기에 또 다른 보는 즐거움을 준다. 선호하는 텍스트로는 LOVE,사랑,PARROT,앵무새,CACTUS,선인장 등이다. 무엇보다 동물 같은 경우는 그들이 나에게 주는 느낌 그대로를 동물의 형상에 단어를 입혀서 표현한다. 거기에는 당시에 내가 느끼는 감정 상태가 구현되며 나를 대변하는 매개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