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SION9

MANSION9 introduces the training process of two artists who pile up countless lines, recalling their past memory they walked in . Junho Lee(1972) reinterprets the traditional landscape painting in his inner memories through million times of sharp line drawing with a sharp box cutter tip. Hyunjung Ji(1992) draws emotions based on various cultural experiences into healing landscape through careful curved expressions. The exhibition will be available from April 12 to April 30, 2024.



Lines intersecting the screen with a sharp box cutter/ conversely, with delicate rush strokes overlap and accumulate, remembering personal memories before embroidering the scenery. Remembered emotions are engraved in the painting through the hands of the artists living in the present and form a cycle of invisible life looking ahead to the past, present, and future. I hope you feel the world of works by two artists, Junho Lee and Hyunjung Ji, who cross the lines and record the trajectory of life on the canvas, at MANSION9 in April.



인연(因緣)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비유되듯, 유한한 인간사 현존하는 경험 안에서 펼쳐지는 생의 족적은 무수히 많은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많은 선들은 각자의 삶의 흐름을 타고 나아가고 연결되지만 때로는 끊기기도 하며 교차한다. 과거의 경험들은 그 수평선 상을 횡단하며 맺히고 갈라지기도 하는데, 이는 기억으로 매개되어 삶의 궤적을 이룬다.

맨션나인은 에서 걸어왔던 지난 과거를 회상하며 무수히 많은 선을 쌓아 올리는 두 작가의 수양과정을 보여준다. 이준호 작가는 날카로운 칼 끝으로 수만 번의 예리한 선 긋기를 통해 내면의 기억 속 전통산수를 재해석 한다. 지현정 작가는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토대로 느낀 감정들을 세심한 곡선적 표현을 통해 치유적 풍경으로 그려 낸다. 날카로운 칼로 화면을 긁어내기/반대로 섬세한 붓질로 교차된 선들은 중첩되고 쌓이며 풍경을 수놓기 이전, 개인의 기억을 추억한다. 추억된 감정은 현재를 살아가는 작가의 손을 통해 그림에 새겨지며 과거-현재,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비가시적 생의 순환선을 형성한다.

이준호 작가는 아크릴 물감을 쌓아 올린 화면 위, 붓이 아닌 연필 깎는 ‘칼’을 화구로 독창적인 스크래치 기법을 구축한 신(新)산수를 제시한다. 두산 정술원 화백의 외손자라는 남다른 환경적 배경은 작가로 하여금 일찍이 동양적 감수성에 눈을 뜨게 한다. 산과 들이 자리한 시골집 마당 한 켠에서 외조부가 남기신 한국화 작품들을 따라 그려보며 유년시절을 보냈고, 우연히 정선의 <금강전도> 를 관람했던 것이 큰 인상을 남기며, 과거 경험을 회상한 기억들은 오늘날의 풍경으로 캔버스에 자리한다. 진경산수의 부드러움과 강렬함, 두 정조의 조화 속 금강전도에 표현된 도끼로 내려찍는 듯한 필력법인 ‘부벽준법’을 현대미술의 한 양상인 ‘스크래치기법’을 차용하여 무궁무진한 산의 형세를 담고자 한다. 산세 곳곳에는 민화에서 추출한 해학적인 동물 이미지 및 현대를 상징하는 대상들을 심어주어 정통산수를 재치 있게 발전시킨다. 그러한 새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인 첫 산수화 <붉은산> 시리즈, 조금의 더 회화적인 표현이 가미되어 명암이 느껴지는 <산수경>, 그리고 한국전통 오방색으로부터 기인하는 여러 색상들이 과감하게 입혀진 <신-산수> 시리즈를 통해 서양의 재료 및 기법과 동양산수의 여백의 미가 결합되어 개성적이면서 심도 있는 화폭을 감상해 볼 수 있다.

기억의 선상이자, 내면의 층위로 넘어가는 장치로 곡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현정 작가의 작품은 관객으로 하여금 과거 특별한 순간의 감정을 상기시키며 마음 속 평화를 깃들게 한다. 10살부터 대학생활까지 긴 유학생활을 보낸 작가는 가족과 친구의 부재, 언어와 문화적 장벽 등 짙은 외로운 감정이 마음 속에 얽히게 되었고, 외면하고 미뤄뒀던 감정을 마주하여 그 얽힌 실타래를 그림으로 풀어낸다. 동서양 문화를 흡수하며 설립한 자아는 재료와 기법, 도상으로 다양하게 표현된다. 용, 아이들, 구름과 유사한 문양들이 한지라는 매체 위 동양적인 풍경을 이루는 반면, 과슈를 활용한 색감 표현에 있어서는 서구적인 면모를 비춘다. 오랜 타국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정착한지 4년차가 되며, 근작들 에서는 외로움 보다는 동화같이 평화롭고 순수하며 행복한 감정들로 채워진다. 다만 어린시절부터 겪었었던 다양한 문화적 경험들은 정지하여 있지 않고, 매 순간 과거가 되어 기억으로 머무르게 된다. 지현정 작가는 그러한 본인의 기반을 잊지 않고 되새기며, 현재의 관점에서 내면을 담는 하나의 작은 세계를 작품으로 구현한다. 동서양이 융합된 매력적인 이미지는 뉴욕 소더비에 소개되고, 뉴욕, 런던, 이탈리아, 일본에서 다수 수상하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