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평소 변기에 앉아있을 때 생각이 많아진다. 보통 후회하거나 반성의 생각을 하는 편이다. 이러한 습관에서 변기를 작품의 소재로 삼았고, 절의 해우소와 천주교의 고해소를 착안해 변기를 내적 배설 즉 자기반성이나 자기성찰의 도구로 의미를 부여하였다. 자기성찰을 하는 이유 또는 목적은 그 과정과 결과 속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삶, 내가 바라는 자신의 모습을 위함이다. 그 방법은 자아에서부터 다른 사람, 유형무형의 어떤 것, 관념적인 것 등등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의 모든 부분들과 자기성찰을 통한 관계 회복에 있다. 회복이란 나와 관계하는 것들과 어울림, 조화로움이며 곧 ‘자연러운 관계, 자연스러운 삶’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 자연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하여 찾은 소재가 이끼였고 이러한 내용을 담기 위해 변기에 이끼를 끼우는 것으로 표현했다.
이끼를 선택한 이유는 ‘이끼는 높게 자라지 않는다 넓게 펼쳐지며 작은 숲을 닮은 모습으로 자란다. 마치 그 공간에 존재하는 것들을 보듬는 듯, 덮어주며 그 존재들의 관계를 연결해주는 듯하다. 이끼는 그 공간을 조화롭고 어울리게, 한마디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며 살아간다.’라 생각했으며 내 작품 주제 ‘자연스러운 삶’이라는 내용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변기이끼 시리즈 다음으로 변기와 반대이면서 순환적인 개념으로 그릇(식기)을 선택했으며, 이끼에 대한 내용은 동일하다. 그릇은 먹는 도구로써 ‘먹는 것_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를 뜻하며 이를 ‘받아들임_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이냐’ 의미로 해석했다. 그 무엇은 나 자신일 수 있으며 다른 사람, 물건, 지식적인 것, 감정적인 것, 관념적인 것 등등 나와 관계하는 모든 것들을 말하고, 그 어떻게는 인정, 수용, 관용, 중용을 바탕으로 관계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말한다.(그 받아들이는 과정은 자기성찰과 마찬가지로 늘 치열하다.) 이러한 내용으로 그릇에 자연스러움을 뜻하는 이끼를 연출하였다.
이 그릇이끼 시리즈 또한 변기이끼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관계의 회복을 뜻하며 ‘자연스러운 삶’에 대한 의지를 이야기한다. 내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은 나는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이다. 이끼처럼 내 스스로가, 내가 속한 모든 관계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가는 것 또는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는 것 그래서 자연스러운 삶을 사는 것이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