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atly organized wounds that pierce through the dark charcoal powder surface reveal their own shapes. Artist Ra Sang-deok, who has been drawing the shape of fire for a long time, has reached his current work after intense research. He presents a work in which he personally grinds and crushes charcoal powder and piles it up to create a gap and carves traces of wounds into it.
The artist has drawn a new shape of fire for each exhibition. He has never drawn it in the same form. With only his obsession and will toward fire, he experimented and studied without paying attention to the surrounding sounds in order to hear the message he gives. That is how he has wandered for the past 15 years to find the answer that fire gives.
Why fire? All humans become the same in front of fire. All distracting thoughts disappear, and we simply fall into the moment of facing fire. In that way, fire guides us into a peaceful dream. The artist also encountered fire on a hard day. Fire, which has many names, was warmth to the artist. That fire became something that Ra Sang-deok devoted his whole life to. Artist Ra Sang-deok began to put fire, which no one draws, on his canvas. Fire was love and life to the artist. However, the duality of fire that turns everything to ash also meant that the artist burned himself in the process of putting fire into it. The time spent repeatedly working on work that he did not like and finding answers until the finished work came out was a time of healing through fire and being hurt again by fire. Nevertheless, he continued to work steadily with the thought that “the wounds caused by fire must be treated with fire,” and now works with charcoal powder as an object. Charcoal also experienced fire. Charcoal that burned itself and held that fire. Approaching the essence of charcoal, the artist goes through the Second Wind of his creative life and discovers the answer. Knowing that it would be a wound, he walked the path and burned himself at the end, and only then does he truly deeply love fire. Charcoal is like a light he encountered on a lonely road to him. The charcoal powder, piled up layer by layer, fills the canvas with traces of burning himself to fulfill his next mission after holding onto the hot passion of the past. The organized gaps on the path the artist has walked are the self that the artist has encountered in the fierce process and the appearance of the wounds that have been inflicted multiple times. Unlike random natural wounds, the wounds in organized shapes face us in a formative form. The various forms of the self that the artist encountered in the process of practice are expressed in the form of various shapes that are either round or sharp, and the wounds are intentionally shaped to create the wounds. Charcoal is the subject of passion and the artist’s life that contains fierce struggles. The canvas is filled with different colors and thicknesses of charcoal of the same material properties. The current appearance is thus completed. The current Rasangdeok exists because he has walked the path of healing himself by hurting himself, facing that wound, and finding the answer. Fire, which has many names, is passion and love to some, and a necessity to others. And it is an object that provides comfort in life. Everyone has someone who is sincere in life. Just as the artist found a reason to draw fire, I hope that those who see this work will also find their own fire. I hope that you will look back on your past days of living fiercely toward fire, face the wounds caused by that fire, and finally heal yourself.
캄캄한 숯가루 표면을 뚫고 자리한 정리된 상처는 제각기의 모양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오랜 기간 불의 형상을 그리던 라상덕 작가는 치열한 연구 끝에 지금의 작업에 이르렀다. 직접 갈고 빻은 숯가루를 켜켜이 쌓아 올려 틈을 내고 그 속에 상처의 흔적을 새기는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매 전시마다 새로운 불의 형상을 그려왔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같은 형식으로 그리지 않았다. 오로지 불을 향한 집념과 의지로 그가 주는 메시지를 듣기 위해 주변의 소리에 개의치 않고 실험하고 연구했다. 그렇게 불이 주는 답을 찾으려 지난 15년을 헤매어왔다.
왜 불이었을까? 불 앞에서 모든 인간은 같아진다. 모든 잡념은 사라지고, 그저 불과 마주하는 그 시간에 빠져든다. 그렇게 불은 우리를 평온한 몽상으로 안내한다. 작가 또한 고된 날 불을 만났다. 여러 이름을 가진 불은 작가에게 따뜻함이었다. 그 불은 라상덕에게 생을 다해 열정을 바친 존재가 되었다. 작가 라상덕은 아무도 그리지 않는 불을 캔버스 위에 올리기 시작했다.
불은 작가에게 곧 사랑이자 인생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재로 만들어버리는 불의 양면성에 작가 또한 불을 담는 과정은 스스로를 태우는 시간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작업을 수차례 반복하며 완성작이 나올 때까지 답을 찾는 시간은 스스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면서도 불을 통해 치유 받고, 또 불로 인해 다시 상처받는 시간들이었다. 그럼에도 ‘불에 의한 상처는 불로 다스려야한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작업을 이어온 그는 이제 숯가루를 오브제로 작업을 한다.
숯 또한 불을 겪었다. 스스로를 태우며 그 불을 머금은 숯. 숯의 본질에 접근하며 작가는 작업 인생의 Second Wind를 지나고 답을 발견한다. 상처가 됨을 알고도 걸어간 길 끝에 자신을 태우고 나서야 진정 불을 향한 사랑을 깊숙이 머금는다. 숯은 그에게 외길에서 만난 빛 같은 존재이다.
켜켜이 쌓아 올린 숯가루는 한 때의 뜨거운 열정을 머금고 그 다음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자신을 태운 흔적으로 캔버스를 가득 채운다. 작가가 걸어온 길 위에 자리한 정리된 틈은 치열한 과정속에 작가가 만난 자아이자 수차례 내어진 상처의 모습이다. 정돈된 모양의 상처는 무작위의 자연적인 상처와 다르게 조형적 모습으로 우리를 마주한다. 수행의 과정에서 만났던 자아의 다양한 모습은 둥글기도 뾰족하기도 한 여러 도형의 형태로 표현되며 의도적으로 모양을 내어 상처를 만든다. 숯은 열정의 대상이자 치열한 사투를 담은 작가의 인생이다. 같은 물성의 숯으로 다른 굵기에 다른 컬러가 조화를 이루며 캔버스를 채워간다. 그렇게 완성된 현재의 모습. 스스로를 상처 내고 그 상처를 마주하고, 답을 만나는 과정에서 치유하는 길을 걸어왔기에 지금의 라상덕은 존재한다. 여러 이름을 가진 불이 누군가에게는 열정이고, 사랑이며 누군가에게는 필요이다. 그리고 삶에 위로를 주는 대상이다. 누구에게나 생에 진심을 다하는 존재가 있을 터. 작가가 불을 그리는 이유를 찾았듯 이 작품을 보는 이들 또한 자신만의 불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불을 향해 치열하게 살아온 지난날의 당신을 돌아보며, 그 불로 인한 상처와 마주하고 비로소 스스로를 치유하는 시간이 되
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