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SION9

Shin Shangcheol (1976) embodies memories by using consonants and vowels as formative elements. Consonant vowels move between mosaic conception and abstraction and move between layers of memory, implementing them in multiple layers on canvas. Park Sohee (1991) develops a work that contains a symbolic message about the fierce life of modern people living in the present through a change of perception of the cross section of a flower. The exhibition will be available from May 23 to June 11, 2024.

Contemporary experiences that can be perceived as human occur in three-dimensional space-time, proceed, and advance into an unpredictable future. Such experiences accumulate to form an individual's life, and the past experiences remain inside as "memories" rather than disappearing. We hope you feel the deep contemplation journey of the two artists, Shin Shangcheol and Park Sohee, who extract refined and rational memories through intelligence under the surface of abnormal and emotional memories through the process of deep contemplation, in MANSION9.



인간으로서 지각할 수 있는 동시대 경험들은 3차원의 시공간 속 발생하고, 진행되며, 예측할 수 없는 미래로 나아간다. 그러한 경험들이 쌓여 한 개인의 인생을 형성하며, 지나간 경험은 흘러가며 소멸되는 것이 아닌 ‘기억’ 으로서 내면에 잔존한다. 잔재하는 기억들이 의미 있고 큰 인상으로 와닿는 과정은 한 순간에 단편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깊은 사색의 과정을 통해 비정형적이고 감성적인 기억의 수면 아래에서, 지성을 통해 정제되고 이성적인 기억을 추출하여 작품이 싣는 주된 주제로 나아가게 된다. 맨션나인은 <사색 CONTEMPLATION>에서 내면 깊숙이 잔존하는 유한한 기억을 소환하여 예술매체를 통해 시각화 하는 두 작가를 소개한다.

신상철 작가는 자음과 모음을 조형요소로 활용하여 기억을 형상화 한다. 자음모음을 모자이크한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기억의 지층을 오가며 캔버스 위 다층적으로 구현한다. 작업실 공간의 큰 화재라는 인생의 기반을 흔들리게 했던 특정 사건을 경험하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과거 기억들을 회상하는 계기가 된다. 내면 저편에 깔려 있는 기억의 이미지들; 즉 퇴적된 이미지들은 강렬했던 감정과 함께 또렷하게 유지되는데, 이러한 개인적 내러티브가 작품세계의 시발점이 된다. 하이데거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하였듯, 언어는 인간이 존재자로써 삶을 형성하는 가장 고유한 방식이다. 사색을 통해 무의식 속 내재된 특정 기억들은 작가는 소통언어인 한글의 문자기호들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쌓여온 시간들을 작품 속에 깊게 새기고자 한다.

신상철 작가의 유화작품의 많은 부분은 한 세대를 아우르며 기억 속에 잔존하는 영향력 있는 유명인들이 도상으로 등장한다. 특정 유명인, 인물상을 그리며 우상화 하는 페인팅 작업들은 개인적 서사가 보편화 및 확장되어, 그 시대와 세대를 대변하는 감성으로 공유할 수 있는 차원을 형성한다. 원소의 최소단위 모나드monad로서 자음과 모음은 해체되고 재조합되며 시대적 경험들을 개념적으로 형상화 하며 동상 시리즈로 확장된다. 동서양의 사유의 전형적인 아이콘 ‘반가사유상-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이 문자그림상과 그림자로 교차 표현되는 <사유의 기억> 연작 및 동서양의 미인도의 상징인 ‘비너스-신윤복의 미인도’의 윤곽이 드러난 신작 등은 문화와 종교, 가치를 포괄하는 상(象)들로, 집단기억의 표상으로써 공감과 교감을 자아낸다.

박소희 작가에게 내적으로 큰 울림을 제공하는 특정 소재는 ‘꽃’이다. 꽃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생명력의 가장 화려한 결과물이며,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해 소리 없는 발버둥으로 이루어진 겹겹이 쌓인 꽃잎들은 인생의 경험을 상징한다. 꽃이라는 소재에 대한 경험과 내면 속 인식은 사색의 단계를 거쳐,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치열한 삶’ 을 아우르는 소재로 관점의 전환을 이룩하게 한다. 그러한 작가의 경험적 인식에서 비롯해, 유한적 존재인 꽃의 단면을 잘라 겹겹의 면들을 관찰하고 작품에 담음으로써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 삶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꽃의 단면이 치밀하게 드러나는 <삶>,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시리즈와 함께 박소희 작가는 불화를 새롭게 선보인다. 수 년간 전통회화와 보존에 관한 연구 및 모사공으로써 여러 문화재를 직접 복원한 경험을 기반으로, 불화를 마주한 기억을 되찾아 작품세계에 녹여낸다. 이번 전시를 위해 고려시대 <제석천도>를 재해석한 박소희 작가의 불화 작업은 꽃의 단면이 후경의 광배(光背)로 등장함에 따라 신성한 존재로서 불신의 위대함과 초월성을 상징한 형식적 특징이 두드러진다. 비단을 염색하고 벼루에 먹을 갈아 정성스럽고 섬세하게 채색하는 작업의 전 과정은 결과적으로 수행의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깊은 사색의 산물로 여겨진다. 매시간 유한한 인간으로서 일렁이는 번뇌를 벗어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담은 박소희 작가의 제석천도는 옛 가르침 앞에서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는 사유를 펼칠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