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980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일상에서 지나쳐 버리는 감정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처음 나와 시작했을 때 감정과는 달리 내 주변의 물건들이나 상황들이 어느 날 낯설고 어색한 표정으로 나를 마주하고 있다는 걸 발견한다. 이런 상황이 자주 겹치다 보면 이렇게 한가지씩 내 안에 있던 어떤 감정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허한 생각들이 들 때마다 예전에 느꼈던 가슴 벅찬 순간들이나 나를 설레게 했던 추억에 잠시 빠져들곤 한다.
순간이란 사전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 있는 '지금'이라는 지극히 짧은 시간적 규정을 갖는말 이라고 한다. 철학사상 순간의 개념을 처음으로 규정한 것은 플라톤이며, 그는 순간을 운동이나 정지로 변화하는 시점 또는 운동과 정지 사이의 일종의 기묘한 것이라고 하여 시간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규정하였다.
순간들이 모여 일상이 만들어지고, 일상 안에는 다양한 경험과 감정이 녹여져 있다.
'순간'이 감싸고 있는 시간에 대한 추상적인 감정의 형태를 인물, 풍경, 그리고 사물에 투영시켜 한 화면에 모아 시각화한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마음의 풍경을, 시간이 흐르며 흐려진 기억과 감정들을 다시 선명하게 만드는 작업인 것이다.
그림 속에는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물을 자주 등장시킨다. 내 주변에 놓여 있는 사물들은 나를 기록하는 또 다른 도구라 생각한다. 그것들은 실용적인 물건인 동시에 감정을 담아가는 도구로 변해 간다는 것 을 느낀다. 이렇게 사물 속에 감정들을 이입해서 표현하고 있고, 하나의 풍경 같은 장면이지만 그것들에 묻어있는 감정들을 모아놓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일상에서 느껴지는 어떤 불안감, 긴장감등 여러 갈등에서 해방될 수 있는 순간들을 하나의 장면으로 만들어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떤 것에 몰입해 있거나 사색하는 행위들 또는 깨달음이 가져다주는 상황들은 갇혀 있는 마음을 열리게 해주고, 긴장된 상황을 편안해진 상태로 만들어 준다.
그때의 그 감정들을 상상해가며 어떤 순간이나 장면으로 기록해놓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적인 기록보다는 지금의 생각들과 그때의 감정들이 한 화면에서 서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려보고 싶었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서로를 위로하고 화해하듯 따뜻한 장면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순간 속에 산다는 말이 이제야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언제나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가득한 일상이지만 지금을 이야기하고, 기록하고 더 많은 것을 느낄수록 해방으로 가는 삶은 좀더 가까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Stay home , Pencil, oil on linen , 65 x 91 x cm , 2024
일상의 순간을 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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