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SION9

  • PARK GYEHOON

    b.1965

    “예술은 파국 이후에 나온다”는 박계훈의 공리에서 출발해 보자. 이는 ‘기록’이 ‘예술의 역할’이기도 하다는 그의 발언과 겹쳐 읽을 필요가 있다. 사반세기 가까이 숙성되어온 그의 작업세계에서, 이 둘은 크게 두 가지 함의를 갖는다. 하나는 그에게 예술이란 다른 무엇보다 ‘파국’, 보다 구체적으로는 ‘역사적 외상(historical trauma)’이라 불리는 사건들과 선택적 친화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보도연맹과 제주 4.3, 광주 5.18에서 가깝게는 ‘이태원 참사’에 이르는 그가 “국가의 폭력”이라 규정하는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지속적인 환기와 관심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관심이 ‘동시대적 개입’과 구분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파국 이후’에 ‘기록’으로 제한된다. 즉 그것은 ‘뒤따르는 것이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시위나 거리와 SNS에 즉각적으로 배포되는 성명서가 아니다. 이 두 가지 성격과 함의는 그에 대한 비평과 리뷰에서 종종 인용되는 그의 다음과 같은 발언에서 좀 더 구체화된다.

    나는 우리가 잊을 수 없고 잊어서는 안 되는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현재의 답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파편화된 기억과 퇴화된 시간의 지층 사이를 오가며, 그 사이 에 중첩된 이미지를 중첩하여 현재화하는 작업을 시도합니다.

    “잊을 수 없고 잊어서는 안 되는 사건”들은 이미 벌어졌다. 이에 대해 그는 “적극적으로 현재의 답을 제시”하려 한다. 문제는 그렇게 “잊을 수 없고 잊어서는 안되는 사건”에 대한 기억이 “파편화”되었다는 상황에서 배태된다. 원래 조각에서 출발한 그가 스스로를 “파편 조각가”라고 부르는 건 이 때문이다. 전체를 조망하고 꿰뚫는 신적인 기억은 주어지지 않는다. 여전히 ‘총체성’에 대한 열망을 가진 이들이 있을지 모르나, 그들의 열띤 항변이 이뤄지는 동안에도 “퇴화된 시간”은 지층을 이루며 전자와 몸을 섞는다. “그 사이에 중첩된 이미지를 중첩하여 현재화하는 작업.” 그것이 자신의 작업에 대한 박계훈의 자의식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부어 콩나물 키우기 - 박계훈 작가론, 곽영빈(PhD)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객원교수 평론 中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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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 unprovoked bullet , Korean Paper, red ink, acrylic , 106 x 75 x cm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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