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SION9

  • JANG GEON YUL

    b.1992

    최근 그림을 그려야만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순히 눈으로 보는 풍경과 손으로 그리기 위해 집중해서 보는 풍경은 확연히 다르다. 나에게 그림은 외부의 모습을 화면에 옮기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내가 세상을 어떻게 느끼고 이해하는지 탐구하는 과정이다. 고흐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그림은 이미 자연 안에 있어 꺼내 주기만 하면 된다.”

    자연은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할 뿐이다. 나무는 뿌리를 내리고, 빛은 변화하며, 바람은 잎사귀를 흔든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자연의 시간에 한 사람의 시선과 손길, 그리고 마음을 더하는 작업이다.

    작년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야외로 나가 그림을 그렸다. 가방에 종이와 붓, 물감을 챙겨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면서 강과 저수지, 산과 하천, 그리고 수많은 나무를 바라보았다. 눈앞의 장면을 그려 나가며 하나의 선, 한 번의 붓질에도 선택과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나무 한 그루에도 그것이 지닌 시간과 움직임을 어떻게 담아낼지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반복된 과정을 통해, 나는 본 것과 그린 것 사이의 관계가 단순한 재현의 방식이 아닌 '그리기'라는 행위가 나를 어떤 존재로 만들어 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작년과 올해 창녕과 마산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과슈로 그렸다. 매일 다른 풍경 속에서 매번 새로운 그림을 그리며 생각했다. 이미 아름다운 풍경은 눈앞에 있으니 그저 화가로서 할 수 있는 만큼 종이에 옮겨 담자고. 물감으로 보이는 것과 유사한 색을 만들고, 색을 칠하는 것. 결국 내가 하고 있는 것은 그저 그림을 그리는 행위 그 자체다. 흔들리는 잎을 어떻게 표현할까,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질감을 어떤 색과 붓질의 방향으로 담아낼까. 성실히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이 전부다. 이 과정의 끝에 그려진 그림과 그간의 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매번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림이 무엇이냐고.
    여전히 그림은 어렵다. 항상 부족함을 느끼게 만든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어떻게 그려낼 수 있을까. 반대로 그리지 못하는 것은 또 얼마나 많을까. 그림을 그릴 때마다 하루가 짧다는 것을 실감한다. 눈으로 본 것을 손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담아냈다. 결국 내가 그리는 그림은 살아가며 마주친 장면들. 내가 그 안에서 느낀 삶의 일부이다. 그림을 그리고 난 뒤 나에게 남은 것은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시간과 과정, 그 속에서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본 흔적들이다. 그리고 이 흔적들을 통해 나는 삶을 정돈하고, 내가 그림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그림은 항상 내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나는 오늘도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생각하고 그 속에서 나만의 언어를 찾아간다. 눈앞의 나무 한 그루를 그리는 것. 그것으로 시작해 그리기라는 행위 자체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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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ieces , Oil on canvas , 200 x 200 x cm ,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