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990
나의 작업 <이삿짐 시리즈>작업은 집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마음속에서 혼합된 이미지들을 새로운 공간으로 화면에 그려지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나에게 있어서 집은 마음속의 축적된 기억의 흔적이다. ‘반복되는 이사’ 과정 속에서 집은 실제로 존재하는 집도, 혹은 존재하지 않는 집도 있다. 작업은 재구성된 공간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은 과거, 현재의 집의 이미지를 혼합하여서 보여 지게 된다. 계속되는 이사의 반복과 또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이사 때문에 짐은 푸르지 못하고 쌓여져 있어야 하였고, 이러한 풍경은 매번 이사를 할 때 마다의 반복된 풍경으로 보여 지게 되었다. 이러한 반복적으로 보여 지는 풍경(쌓여 있는 박스더미와 미처 풀지 못한 에어캡에 씌워진 가구)은 박제된 풍경으로 표현된다. 같은 풍경으로 보여지게 되면서 쌓여 있는 박스더미를 보며 불안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예견되지 않은 이사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작업의 시작은 내방 한 켠에 쌓여져 있는 짐들을 보고 사진 속, 어렸을 때 살았던 집에서 보여 지는 박스와 동일하다는 것을 알았고 왜 같은 박스가 옮겨 다니며, 왜 항상 박스는 방 한 켠에 쌓여져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과, 유년기 때 살던 집이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허무한 감정, 집에 대한 애착이 발단이 되었다. 나의 작품 속에는 공통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시계와 이사 날짜가 표시되어 있는 달력, 미처 풀지 못한 에어캡이 쌓여져 있는 가구, 한쪽 구석에 쌓여져 있는 박스더미, 이상적인 살고 싶은 미래의 집으로 가는 계단이 존재한다. 어렸을 때부터 거실과 각 방마다의 풍경은 박스나 보자기로 씌워진 어떤 것들이 몇 층으로 걸쳐서 쌓여져 있었다. 그 내용물로는 미술재료가 담겨져 있는 낡은 라면박스, 신발이 담겨져 있는 이름 모를 박스 등이다. 베란다의 창고는 물론이고 내방 책상 옆, 거실의 소파 옆, 책꽂이 등 생활가구와 혼재 되어서 자연스럽게 마치, 가구인 양 짐들은 쌓여져 있다. 이러한 쌓여져 있는 박스 각각에는 이사 가는 날짜와 박스에 담긴 내용물인 ‘겨울옷’,‘니트’,‘여름신발’ 등이 적혀져 있다. 또한 이사를 자주 가는 이유 때문에 가구에 감싸져 있는 가구의 에어캡은 일부를 뜯지 않고 그대로의 상태로 방치 해둔 것이 대부분이다. 작품 속에는 소파의 팔부분과 다리부분에 감싸져 있는 에어캡, 에어컨에 감싸져 있는 에어캡을 그림으로서 이사를 자주 가고, 또 이사를 언제 갈지 모른다는 암시적인 내용을 동시에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들의 인생은 '이사'와 같다고 생각한다. 끊임없는 여정, 변화, 도전은 일상과 같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이사의 경험을 하였고 현재진행형이다. 집안의 풍경은 그대로이나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적, 내부적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해왔고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환경도 그에 따라 변화해오고 있다. 집안 곳곳의 가재도구들과 생활 가구들을 포장하면서 또 다른 환경으로 떠나는 여정은 흡사 인생살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알 수 없는 변수와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흡수하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나만이 해결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집안의 변화하지 않는 고정적인 풍경을 '박제된 풍경'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풍경은 나 자신을 대변하고 있고 언제 떠나야 할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여서 에어캡 일부가 가구 일부분에 그대로 씌워져 있고 잘 사용하지 않는 가재도구들은 일부분이 박스 안에 담겨져 있다.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모아 놓은 외국어시험을 대비한 두꺼운 책들도 있고 학업을 위해서 공부에 사용되었던 수많은 책들과 일상이 그대로 담긴 일기장, 유년기 시절을 함께하였던 장난감과 퍼즐 등이 작업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이러한 풍경은 나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소중한 오브제들이다. 이러한 오브제를 이사를 가기 위해서 싸고 포장한다는 것은 나의 인생을 돌아보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또 다른 낯선 환경으로 도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네풍경 , 장지에 분채,먹,석채 , 162 x 130 x cm ,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