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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 1년새 20배 올랐다고? 나도 그림 하나 사볼까
2024. 11. 01
[2022-04-20]
*기사원문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64752
미술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2020년 3000억원대였던 미술시장이 지난해 9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2022 화랑미술제에서 시민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뉴시스]
미술투자, 아트테크 같은 단어가 몇년 사이 낯설지 않게 됐다. 그만큼 미술품을 투자의 관점에서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유망 신진작가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맨션나인의 이영선(36) 대표를 만나 미술투자 초보자를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미술투자도 은근히 주식투자와 통하는 점이 많았다.
MZ의 미술투자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실제로 2019년 창업 이후 3년 사이의 변화를 느끼나.
“일단 시장이 굉장히 커졌다. 2020년 국내 미술시장이 3000억원 규모였는데 지난해 9000억원 규모가 됐다. 또 기존 미술 컬렉터는 50, 60대가 다수였는데, 이제 아트페어나 갤러리 관객이 매우 젊어졌다. 저희 고객도 30, 40대가 가장 많다. 미술품이 주는 심미적 만족감이 SNS세대인 MZ 성향과 잘 맞기도 하고, 월급 모아 명품 사는 소비 패턴과도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미술품이 정말 투자할 만한 자산인가.
“미술품에 투자하는 목적은 세가지다. 예쁘니까 좋은 심미적 만족감, 작가를 후원한다는 의미의 심리적 만족감, 나중에 작품가격이 오를 거란 경제적 수익. 전통적으로는 ‘심미적+심리적 만족감’이 컸다. 이젠 경제적 수익이 더 부각되는 트렌드이긴 하다. 하지만 ‘경제적 수익이란 목적을 가장 앞에 두는 걸 경계하라’고 얘기한다. 작품 가격이 오를 거라는 건 사실 ‘희망’일 뿐이다. 감가(가치의 감소)를 보면 미술시장이 굉장히 무섭다. 예를 들어서 유명한 작가 작품을 사더라도 만약 작가가 사고를 쳐서 사회적 이슈를 만든다면, 작품가는 0원이 된다.”
유망 신진작가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맨션나인의 이영선 대표. 우상조 기자
Q. 아예 0원이 되나.
A. “유명하지 않은 작가 작품을 샀을 땐 그 작가가 유명해질 때까지 계속 활동을 해야만 하는 건데, 중간에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럼 또 0원이 된다. 또 경제적 수익이란 관점에선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저렴하게 사야 한다. 문제는 그게 답이 없다는 거다. 인기작가는 늘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서다. 작품이 10점밖에 없는데 대기하는 컬렉터가 100명이면 갤러리스트가 10명을 선택한다. 선택되려면 기존에 관계가 형성돼있어야 한다. 즉, 갤러리스트가 아는 사람이어야 하는 거다.”
Q. 갤러리가 아무한테나 작품을 팔지 않나.
A. “컬렉터의 직업은 뭔지, 이전에 어떤 작품을 수집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갤러리가 다 알고 있는 상태여야 한다. 새롭게 진입한 컬렉터가 그런 관계를 만들기엔 시간도 많이 들 뿐더러, 도대체 어느 채널을 통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들이 투자목적으로 유명 작품을 사고 싶어 가는 곳이 옥션(경매)이다.”
Q. 옥션은 돈을 많이 부르면 무조건 살 수는 있으니까요.
A. “그런데 옥션의 낙찰가격은 이미 미래 가치까지 제시해서 사오는 거다. 과연 내 세대 안에 그 가치까지 오를 수 있을지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 지금의 옥션 낙찰가는 1년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게 책정돼 있다. 기존 컬렉터는 옥션을 통한 구매 의사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Q. 너무 비싸서인가.
A. “그렇다. 지난해 초 나름 인지도 있는 작가 작품을 250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었던 게 지금은 4000만~5000만원이라고 한다.”
Q. 1년 만에 20배나?
A. “2021년부터 생긴 특이한 현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거품이라고 경계하고 있다. 유명 작가 작품을 사고 싶은데 살 수 있는 채널이 많지 않다 보니 형성된 거품이다. 어쩌면 지금 그 가격으로 구매한 작품이 수익을 내려면 이런 버블이 앞으로 몇번 더 와야만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열심히 활동하는 신진작가분들의 작품을 바라보기를 추천한다. 신진작가는 작품가격이 유명작가와 굉장히 많이 차이 난다. 그런데 이들은 시간과 경험이 덜 쌓였을 뿐이고, 시간과 경험이 쌓이면 충분히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Q. 그러려면 작품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할 것 같다.
A. “책으로 공부하는 게 아니라 경험이 쌓여야 한다. 갤러리나 미술관을 다니면서 작품이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고 이 재료의 특성이 뭔지를 보라. 동일한 재료여도 기법에 따라서 다르게 표현된다. 유명 작가 작품을 보다보면, 같은 재료의 그림이 서로 비교가 되면서 보는 눈이 생긴다. 또 작가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창작의도인지, 이력은 어떤지 봐야 한다. 어떤 작품을 봤을 때 내가 느낀 바를 내 언어로 이야기 할 수 있을 때, 그걸 바로 ‘안목이 생겼다’라고 표현한다. 그렇게 안목이 생겼을 때 신진작가 작품을 보고 ‘이 작품 좋네’라고 해서 컬렉팅한다면 그게 결국 경제적 수익을 가져오게 되곤 한다. 신진작가 작품을 살 때 소속이 있냐 없냐를 중요하게 본다. 갤러리가 전속 계약을 맺었다는 건 ‘이 작가가 미래에 성장할 것’이란 평가를 내렸다는 뜻이다. 그래서 소속이 있는 작가의 작품에 주목하라고 얘기한다.”
Q. 미술시장도 트렌드가 있을 것 같다.
A. “일단 ‘인기작가’라는 트렌드는 분명히 있지만 그걸 쫓아서 컬렉팅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밖의 트렌드라면 NFT(대체불가토큰), 아트테이너(연예인 작가), 조각판매, 오픈런(갤러리, 아트페어 오픈 전 줄서기)이 있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64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