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989
2019년 어느 날, 30대인 나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급성 심근경색이라는 죽음의 위기를 경험하면서,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지탱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고, 이런 상황은 내 작품의 모티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예로부터 장수(長壽)의 상징이었던 사슴을 작품에 등장시킴으로써 사회적 풍경 속의 삶에 대한 나의 염원을 나타내는 장치가 된 것이다. 그렇게 흰 사슴은 나의 내면에 반사된 상징으로 태어났다.
고서(古書)에 따르면 "사슴이 1,000년을 살면 푸른빛이고, 또 100년을 살면 흰빛이 되고, 다시 500년을 살면 검은 빛이 된다."라고 했는데, 오래된 이런 염원이 죽음과 가까웠던 순간, 나의 삶에 대한 애착은 사슴이 가진 장수의 의미와 동일시하게 되었다.
또한, 나는 주로 숲을 그린다. 숲은 내 작품 속에 곶자왈(곶과 자왈) 공간으로 나타나는데 ‘내 마음 안에 존재’하는 무의식의 장소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마음의 흔적으로써 내 고향 삶의 경험에 드리운 현장에서의 드로잉이 만든 초현실적인 ‘풍경’인 것이다. 나의 마음과 경험으로 그려진 자연의 모습을 실제의 공간처럼 표현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아름다움이 곧, 그것을 파괴하는 것들에 대한 대항하는 관점이며, 신비로운 기운은 사라져가는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나의 심연에서 우러나오는 외침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그림에서 자연의 파괴는 추함(醜)이며, 원래의 자연은 아름다움이 된다.”
영원한 것은 오로지 자연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본향(本鄕) , Mixed media on canvas , 162.2 x 130.3 cm , 2024